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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치매” “장례식 표정”…교황 ‘바티칸 15개 질병’ 질타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은 가톨릭 최대의 ‘명절’이다. 축하와 덕담이 넘쳐나는 시기다. 교황청도 예외는 아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2일 이를 바꿔놓았다. 그는 이날 16세기 프레스코화가 가득한 바티칸의 클레멘타인홀에서 교황청 내 기관에서 근무하는 추기경·주교·사제 등을 강하게 질타했다. 언론들이 “준엄한 비판”(영국 가디언)이라고 썼을 정도다. 교황은 먼저 “교황청을 전세계 교회의 작은 모델이자 하나의 ‘몸’(신체)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곤 교황청이 15가지 질병에 걸려있다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서 ‘영적 치매’ ‘정신분열증’ ‘장례식에 간 듯한 얼굴’ 등의 다채로운 수사를 동원했다. 교황은 “불사(不死)의 존재로 병에도 안 걸리며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자기도취부터 지적했다. “자기 비판과 자기 갱신, 자기 혁신이 없는 교황청은 병든 육체”란 이유에서다. 교황은 또 영적·정신적으로 경직되는 것 또한 질병으로 꼽았다.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즐거워하는 이와 함께 축하해야 하는 인간으로서 감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제들이 신과의 만남을 잊는 걸 영적 치매로 규정하며 “이곳 그리고 바로 지금만 생각한다. 자신의 열정·변덕·광기에만 의존한다. 주변에 담을 쌓고 자신의 손으로 만든 우상의 노예가 된다”고 진단했다. 지위 고하를 나타내는 제의(祭衣)의 색깔과 존칭, 외양을 삶의 1차적 목표로 삼는 듯한 태도도 우려했다. 교황이 ‘존재론적 정신분열증’이라고 명명한 병도 있다. 이중생활·위선 등이다. 교황은 “영적 빈곤함과 진부함의 전형적 모습”이라며 “이런 질환에 걸리면 목회자로서의 봉사를 포기하고 관료적인 일에만 몰두하며 실제 사람들과의 접촉을 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례식에 간 듯한 우울하고 딱딱한 표정은 가톨릭 신도는 물론이고 행정 조직과 교구 등 개인과 조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말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십’을 테러에 빗댔다. 그는 “직접적으로 말할 용기가 없는 겁쟁이들이 사람들 뒤에서 말한다”며 “험담은 사탄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 또 전체보다는 파벌의 이익을 우선하는 태도는 ‘암’으로 비유했다. “구성원을 노예로 만들고 (조직의) 균형을 깬다”는 의미에서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2012년 교황청 집사가 기밀 문서를 폭로한 사건에 대해 전임 교황 베네딕토16세가 3명의 측근 추기경들에게 밀령을 내려 진상 조사를 한 결과 때문일 것”이라 분석했다. “조사단은 교황청의 권력 투쟁과 음해 등 온갖 비리를 조사했으며 그 결과는 두 명의 교황만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조직이나 조직원들에게도 적용될 법한 얘기도 했다. “일만 열심히 하지 말라”거나 “계획을 지나치게 꼼꼼하게 세우는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보스에 대한 지나친 찬미도, 과도한 물질적 추구도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바티칸의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은 프란치스코 교황으로선 교황청의 개혁이 더 절실한 과제일 수 있다. 더욱이 교황이 올해 이혼·동성애 등 가족 이슈에서 교회가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가 오히려 반발만 사고 물러난 일이 있었다. 당시 바티칸 주변에선 “바티칸 내 일부 전통주의자들의 저항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날 발언을 일종의 ‘개혁 연두교서’ 쯤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바티칸 전문가인 카를로 마로니는 “교황청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하겠다는 교황의 성명서”라며 “개혁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교황의 의도, 원칙들은 제시했다”(뉴욕타임스)고 평가했다. 이날 교황청 인사들은 대개 어두운 표정이었고 연설 후에도 아주 어색하게 박수를 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2014-12-23

교황 "교황청 관리들 '영적 치매' 걸려" 질타

프란치스코(사진) 교황이 바티칸 관리들이 탐욕과 오만함, 위선적인 이중생활과 냉담함이라는 정신병을 앓고 있다며 속죄하고 병을 고치라고 일갈했다. 성탄절 축사를 기대하며 자리에 앉아있던 바티칸 고위 관리들이 당황했음은 물론 교황의 신랄한 비판에 세상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교황은 22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바티칸 클레멘타인 홀에서 교황청에 근무하는 추기경, 주교, 사제 등에게 행한 연설에서 "자신을 비판할 줄 모르는 교황청은 병에 걸린 몸과 같다"며 교황청 관리들이 15가지의 심각한 정신적 질병에 걸렸다고 대놓고 질타했다. 교황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 울고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환희를 느껴야 한다"며 그러나 "일부 관리들은 자기가 다른 사람이나 모든 존재보다 우월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다"며 관리들의 오만함과 냉담함을 지적했다. 교황은 또 교황청 전임 국무원장으로 막강 권력을 휘두르며 고급 펜트하우스를 소유하고 바티칸 은행 돈을 횡령했다가 최근 물러난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을 겨냥해 "젊은 예수회 소속 신부가 간단한 짐과 책만 싸서 이사했던 것을 기억하는데 이것이 오래된 예수회 신부가 보여줬어야 할 모범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물욕, 권력욕, 명예욕을 경계하라고 일갈했다. 교황은 관리들의 탐욕은 모든 권력이 교황청의 권력 일부를 전세계 가톨릭 주교들에게 나눠줌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 수 있다고 말해 교황청 개혁에 더욱더 박차를 가할 것임을 예고했다. 교황이 알츠하이머, 정신분열증까지 언급하며 교황청 관리들을 질타하는 연설을 마치자 심각한 얼굴의 추기경들은 어색한 박수로 연설에 답했다. 교황은 지난해 3월 즉위 이후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져 왔던 바티칸은행 개혁작업에 착수했으며 교황청의 행정 개혁을 위한 자문팀도 임명했다.

2014-12-22

프란치스코 교황 "젊은이여, 결코 희망 뺏기지 말라"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현대사회의 물질주의 풍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 자리에서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30여 명도 참석했다. 미사 직전 유가족이 건네준 노란 리본이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맞서, 그리고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고 말했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회개’와 ‘관심’을 제안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해야 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와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황은 이어서 젊은이를 걱정했다. “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 젊은이들을 둘러보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희망’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자본주의의 탐욕과 빈부의 양극화를 비판해 왔다. 교황이 추기경이던 시절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아르헨티나의 문한림 주교는 “교황님의 이런 메시지 밑에 흐르는 것은 남미 해방신학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휴머니티이자 그리스도의 사랑이다”고 설명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을 거부하기를 빈다.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인간을 뜻함)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도 했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한국을 찾은 바티칸 출입기자들은 “수위가 높은 발언”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톨릭 매체인 CIC의 요하네스 쉬델코 기자는 “교황이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드는 현대의 경제에 비판적 시각을 가졌고 ‘죽음의 문화’란 표현을 자주 쓴다”며 “그렇지만 맞서 싸우거나 거부하란 표현은 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현실이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는 설명을 듣자 미국의 가톨릭 전문 통신사 겸 방송사인 CNA·EWTN의 뉴스 프로듀서인 앤디 홀든은 “이제야 교황의 발언이 이해가 된다”며 “교황이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황수행기자단=고정애 특파원, 백성호·김호정 기자

2014-08-15

교황 대전 미사 집전…"가난하고 힘없는 이에게 관심 가져야"

방한 이틀째인 15일 오전(한국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5만여 명이 운집한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전날 밤부터 내리던 비도 이날 새벽녘에는 그쳐, 참석자들에게는 큰 축복으로 받아 들여졌다. 교황도 미사를 통해 성모님의 은총을 간구했다. 교황은 강론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물질주의의 유혹을 이기고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자"고 말했다. 교황은 또,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은 한국 천주교인으로서 여러분은 유산의 가치를 높이고, 미래 세대에 전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회개하고, 가난하고 궁핍하고 힘없는 이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우리가 하느님 자녀들의 자유를 누리며 기뻐할 수 있도록, 그 자유를 지혜롭게 사용하여 형제자매를 섬길 수 있도록, 그리고 다스림이 곧 섬김인 영원한 나라에서 완성될 수 있도록, 성모님의 은총을 간청하자"며 강론을 마쳤다. 이날 미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교황의 방한 첫 미사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은 이른 새벽부터 행사장으로 몰려 들었다. 참가자 입장은 새벽 4시부터 시작됐고 3시간 여 만에 그라운드 좌석을 비롯한 4층 관중석까지 꽉 들어찼다. 보조경기장에 마련된 외부 관람석 1500석도 미사가 열리기 2시간 전까지는 입장이 완료됐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미처 행사장 입장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외부 관람석에 마련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교황의 미사 내용을 경청했다. 이날 참가자 중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대표들이 다수 참석했다. 한국 천주교회 건의에 따라 교황청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더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결정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한편, 교황은 이날 대전교구 미리내 성모성심수녀회에서 만든 제의를 입고 미사를 드렸다.

2014-08-14

돈이 도네요…고마워요, 프란치스코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후광 효과'가 얼어붙은 한국의 내수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교황의 동선에 있는 호텔·식당은 벌써 예약이 꽉 차고, 교황과 연관한 상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교황님 덕분에 요즘은 매일 만석이에유." 15일 교황이 방문할 예정인 충남 당진시 우강면 '솔뫼성지' 근처 식당의 이계연(59) 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단체 손님이 500~600명씩 취소되는 바람에 참 힘들었다"며 "교황 방문 소식이 알려지면서 최근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하루 매출 160만원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준비한 꺼먹지(소금에 절인 무청을 들기름에 볶은 당진 향토음식)가 다 떨어질 정도"라며 기뻐했다. 관광객 뿐 아니라 교황이 참석할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를 준비하러 당진에 온 인력도 1000명에 이른다. 당진시청 문화관광과 김민상 주무관은 "교황 방한 행사 덕에 사람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지역 경기에 활력이 돈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주위도 들썩이고 있다. 16일 이 곳에서 열리는 시복미사에 약 100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편의점 GS25 관계자는 "광화문 근처 점포의 음료·먹거리 물량을 평소의 20배 정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점가에도 '교황 열풍'이다. 광화문 교보문고는 교황의 사진을 넣은 입간판을 내걸고 관련 서적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교보문고는 "교황관련 서적이 5월만 해도 153권 밖에 안팔렸는데 지난달에는 4000권 넘게 판매됐다"고 밝혔다. 두 달 만에 26배가 된 것이다. '교황 마케팅'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기아차의 1600cc급 '쏘울'이 교황 의전차량으로 선정됐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교 지도자의 방문을 월드컵 때와 같이 마케팅으로 연관짓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박미소 기자

2014-08-13

"한반도에 평화·화해 열리길" 첫 일성

○…14일 오전 전세기편(셰퍼드 원)으로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항은 영접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환영을 받았다. 전세기 트랩에서 내린 교황은 박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인사를 했다. 박 대통령은 "교황님의 방문이 우리 국민에게 따듯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 또,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를 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감사하다.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 아르헨티나 방문 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인들과도 좋은 관계를 가졌었다"고 말한 뒤 "분단과 대립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시대가 열리길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의 인사를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중나온 청와대 공직자와 한국 주교단, 평신도, 탈북동포 대표, 세월호 유가족 등과도 밝은 표정으로 일일이 악수를 했다. 평신도들과 인사를 하던 중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소개받자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며 위로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단 외에 평신도 대표 32명이 교황을 맞이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4명), 새터민(2명), 이주노동자(2명), 범죄피해자 가족모임인 해밀(2명), 가톨릭노동청년(2명), 장애인(보호자 포함 2명), 시복대상자 후손(2명), 외국인 선교사(2명), 수도자 대표(2명), 중고생(4명), 노인대표(2명), 화동(2명)과 보호자(2명) 등이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으로는 고 남윤철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남수현씨와 부인 송경옥씨, 사제의 길을 꿈꾸던 예비신학생 고 박성호(단원고 2)의 아버지 박윤오(50)씨, 일반인 희생자 고 정원재의 부인 김봉희(58)씨 등 4명이 교황을 만났다. ○…화동들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공항에서의 간단한 환영 행사를 끝낸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아자동차가 준비한 1600cc 준중형급 박스카 '쏘울'을 타고 궁정동의 주한교황청대사관으로 향했다. 교황청대사관에서 개인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오후에는 청와대, 공식 환영식 및 대통령 예방, 청와대 충무홀에서의 주요 공직자들과의 만남,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주교단과 만남을 가졌다. 교황은 박 대통령과의 면담 후엔 영빈관에서 연설을 했다. ○…올해 78살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5일간 방한 일정 중 100시간을 30분 단위로 쪼개 강행군을 한다.

2014-08-13

'소박하지만 성스런 방문'…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도착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사적인 한국 방문이 시작됐다. 14일 오전 10시16분(한국시간) 성남 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이날 영접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새터민(탈북자) 대표 등도 함께 했다. 교황은 18일까지 약 100시간에 걸친 일정동안 아시아청년대회 참석, 광화문 시복미사 집전, 꽃동네 방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집전, 세월호 유가족 및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과의 만남, 쌍용차 해고자 및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과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게 된다. 이번 교황의 방한은 즉위 이후 첫 아시아 방문이다. 이례적으로 순방이 아닌 한국 단독방문으로 결정한 것은 교황의 뜻을 전달하기에 가장 상징적인 나라가 한국이라는 점이 감안됐다고 교황청은 전하고 있다. 1989년 교황 바오로 2세의 방한 이후 25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방한에서 교황은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특히 청년들을 격려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질 것이라고 교황청은 밝히고 있다. 교황의 한국으로의 여정은 시작부터 소박했다. 알리탈리아항공에서 빌린 에어버스 330 전세기로 한국을 찾은 교황은 일등석이 없는 비행기 맨 앞 줄 비즈니스 좌석에 앉아서 11시간 반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왔다. 꽃다발 증정 등 의례적인 공항 환송행사도 교황의 사양으로 생략됐다. 한국에서는 교황청 대사관내 6평짜리 숙소에 머물며 아시아 청년 및 주교들과의 오찬을 제외한 식사는 교황청 대사관내에서 한다. 교황은 이날 오후 트위터에 올린 한글 메시지를 통해 "한국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며 한국과 아시아 전역을 위한 저의 기도에 동참해주시기를 부탁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교황의 방한 길에는 추기경과 주교, 주치의, 교황청 직원 등 28명이 동행했다.

2014-08-13

[생활속에서] 교황 특수

프란시스코 교황은 스스로 '교황'보다는 '로마 주교'로 불리길 더 좋아한다고 한다. 그는 가톨릭교회 역사상 세 번째 등장한 '개혁 교황'이란 말을 듣는다. 교황이 되기 전에는 '가난한 이웃의 벗'으로 불렸다고도 한다. 교황이 된 이후 행했던 여러 가지 파격적인 언행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대를 갖고 보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이분이 '해방신학'이란 말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침체돼있던 해방신학도 이분의 등장과 더불어 부활할 전망이다. 물론 이젠 상황이 달라졌으므로 해방신학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교황이 이달에 한국을 방문한다. 가톨릭교회가 들떠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개신교와 비기독교권도 깊은 관심을 갖고 그의 방한을 지켜보고 있다. 교황은 가톨릭교회의 수장일뿐더러 한 나라의 수반이므로 그 자격으로도 많은 일정을 소화하겠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특히 전임교황들과는 다른 개혁교황으로서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져 있다. 어떤 이는 방한 일정이 '가난한 이웃'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권력자들과의 만남 위주로 짜여 있다고 비판한다. 어쨌든 한국은 '교황 특수'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열풍이 불고 있다. 교황과 관련된 책도 수십 종이 출판됐다고 하니 그렇게 불러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다. 아직 방문하지도 않은 시점에 그 영향을 따지는 건 성급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번 교황 방한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본다. 교황의 방한이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현 정부가 저지른 수많은 잘못에 '면죄부'를 주는 효과를 줄 것이란 예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교황은 한 국가의 수반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그보다는 전 세계 12억 가톨릭 인구의 정신적, 종교적 지도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의 방한을 추진했고 일정을 주관하는 한국가톨릭 지도자들의 보수 성향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가톨릭이건 개신교건 교회의 주체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고 각 지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활동하는 '그리스도의 몸'인 교인들이 아니던가. 교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기도로 무장해서 이번 교황의 방한을 '교회성'을 되찾는 기회로 만들면 될 것이다. 이번 교황 특수가 교회가 권력과 결탁하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단순히 가톨릭 교인을 늘리는 기회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기회가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였던 나사렛 예수의 진정한 복음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교황의 방한을 개신교인 들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어떤 식으로든 참여해야 하겠다. 곽건용 목사/ 향린교회 [email protected]

2014-08-04

교황 방한 D-10 남북 갈등풀 열쇠 되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 한국에서 교황이 던질 메시지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의 어른'으로 자리매김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북 모두에 '평화의 명분'을 줄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까닭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는 2일 "교황이 한반도를 찾음으로써 남북한이 화해의 여정을 재개하는 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교황청 라디오 방송 바티칸 라디오는 보도했다. 강 주교는 앞서 공식적으로 교황 방한의 의의를 소개하면서도 "한반도야말로 세계 평화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지점이자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 수 있는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황은 한국 교회가 한반도 안정을 넘어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는 전초기지가 돼 줄 것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영성신심분과도 "교황이 아시아 대륙 중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하는 것은 한국 교회가 특별한 자격을 갖췄기 때문이 아니다. 자녀가 여럿이라도 어려운 처지의 자녀에게 먼저 마음이 가듯이 세계적 분쟁과 갈등의 중심에 있는 한국에 더 마음을 쓰시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의 분단, 즉 북한이라는 존재를 염두에 두고 한국을 닷새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에 지속적 관심을 기울여 왔다. 지난해 부활절 때 축복메시지에서 처음으로 "아시아의 평화, 그중에서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바란다"고 밝혔다. "의견의 차이를 극복하고 화해의 정신이 새롭게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이후로도 교황은 한국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뜻을 전해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의 대미를 장식할 18일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 예방이나 주요 행사에서의 연설 등을 통해 둘로 나뉜 한반도의 고통을 위로하고, 평화적 방법으로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의 방한 시기도 이런 메시지를 부각할 수 있는 환경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교황이 한국을 찾는 14~18일은 북한의 연례 '도발 타이밍'인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맞물려 있다. 여기에다 다음 달엔 바로 인천아시안게임까지 예정돼 있다. 추석 전후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교황 방한이라는 변수가 북한에도 도발을 자제하는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는 교황이 방한 중 남북 대화를 촉구하는 데 화답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북한에 보다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황의 방한은 사실 올해 한반도의 외교 잭팟(jackpot·대박)에 정점을 찍는 사건이다. 한반도는 올해 전례 없는 세계 정상의 연이은 방문지로 주목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4월 방한에 이어 7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 그리고 교황까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3인이 한국을 잇따라 찾는 사상 초유의 해로 기록될 만하다. 그리고 이들의 방한 목적엔 공통 변수가 있다. 북한이다. 이처럼 고조되는 세계의 관심을 외교적 자산으로 삼고, 남북관계를 풀 동력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정부의 역량에 달려 있다. 유지혜 기자

2014-08-03

교황 "멈춰라, 제발…어린 생명 앗아가는 전쟁 그만

"제발 멈춰라. 진심으로 부탁한다. 이젠 그만둘 때다. 멈춰라, 제발(Please stop!, I ask you with all my heart, it's time to stop. Stop, please!)." 프란치스코(얼굴) 교황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년을 맞은 27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을 가득 메운 신자와 순례자를 대상으로 어린이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을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교황은 "고귀한 삶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빼앗긴 아이, 목숨을 잃거나 다친 아이, 부모를 잃은 아이, 전쟁 잔해를 장난감으로 삼은 아이, 더 이상 미소를 짓지 않는 아이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정 지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로이터는 수십 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000명 이상이 숨진 가자 지구, 내전이 격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이라크.시리아 등에 평화가 깃들기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했다. 교황은 "전쟁은 모든 것을 잃게 하지만 평화 속에선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자"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하마스의 공격으로부터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있다"고 재확인하면서도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인명피해 증가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전화통화는 이달 들어 네 번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휴전 연장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8일 심야 긴급회의를 열고 '조건 없이 인도주의적으로 즉시' 정전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냈다. 의장성명은 결의보다 한 단계 낮은 유엔 안보리의 조치로 구속력은 없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측이 사망한 민간인들을 보여주며 세계적으로 여론 공세를 펴고 있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런 손실을 감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창우 기자

2014-07-28

교황 파문 직후…시칠리아 마피아 소탕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피아 조직에 대해 파문을 선언한 직후 이탈리아 경찰이 대대적인 마피아 검거 작전을 벌였다. 이탈리아 통신사 ANSA에 따르면 경찰은 23일(현지시간) 시칠리아 팔레르모 지역 마피아 조직원 95명을 강탈과 마약밀매, 돈세탁 등 혐의로 체포하고 수백만 유로 규모의 사업체를 압수했다. 유명 마피아 두목들과 후계자들도 포함됐다. 시칠리아 마피아는 흔히 '코사 노스트라'란 명칭으로 불린다. 칼라브리아의 '은드란게타', 나폴리의 '카모라'와 함께 이탈리아 3대 마피아로 꼽힌다. 코사 노스트라는 미국으로 건너가 금주법 시대(1920~33년) 밀주 판매로 미국을 대표하는 폭력조직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알 카포네, 러키 루치아노 등이 코사 노스트라의 두목들이었다. 이번에 검거된 이들은 팔레르모의 상점과 건설현장에서 보호비를 뜯고 대형 정육점에 자신들이 공급하는 고기를 납품받으라고 강요해 왔다. 또 축구 경기에 돈을 거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했다. 경찰이 확인한 강탈 내역은 34가지에 달했으나 신고한 업소는 1곳에 불과했다. 이번 수사로 '반 마피아' 활동에 앞장서온 정치인 피에트로 프란제티가 마피아의 지원을 받아 선거 때 표를 매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은 조직원에 대한 도청을 통해 100여 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미국 경찰 살해 사건의 범인에 대한 정보도 확보했다. 두목 중 한 명인 도멘초 팔라초토가 "내 종조부가 당시 코사 노스트라 두목인 카스치오 페로를 대신해 페트로시노를 죽였다"고 말한 내용을 확보,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1909년 뉴욕 경찰 조 페트로시노는 뉴욕에서 조직 범죄가 증가하자 이들과 이탈리아의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시칠리아를 찾았다가 괴한의 총격에 피살됐다. 페로가 범인으로 지목됐으나 알리바이가 입증됐고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페트로시노는 20만 명의 뉴욕 시민이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등 미국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충형 기자

2014-06-24

수요일은 쉽니다 …교황, 여름 미사일정 축소

여름 기간 중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사 일정을 줄인다고 바티칸이 18일 발표했다. 매주 수요일 성베드로 성당에서 일반 신도를 상대로 한 미사가 8월까지 중단된다. 또 바티칸 내부에서 하는 아침 미사도 9월 재개된다. 이 같은 발표에 교황의 와병설이 돌았다. "교황이 체중이 늘고 평소보단 힘들게 숨을 쉰다"는 얘기도 나온다. 교황은 21세 때 폐질환을 앓아 오른쪽 폐의 일부를 절단했었다. 교황이 이달 초 '경미한 몸살'로 이틀간 쉰 적도 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다"며 "교황이 지난 몇 주간 매우 바빴고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교황이 여름 공개 일정을 줄이는 건 일반적인 일"이라며 "만일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공개하고 신도들에게 기도해 달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교황이 된 뒤 지금껏 강행군 중이다. 대개 여름엔 휴양지인 카스텔간돌포에서 휴가를 보내는 게 관례였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에게 그곳에서 쉬라고 권하고 자신은 바티칸에 머물며 일했다. 가까운 인사들이 "일을 너무 많이 한다"고 우려할 정도다. 교황의 조언자 중 한 명인 오스카 로드리게스 마라디어 추기경은 "어떤 때엔 교황이 굉장히 피곤해 보일 때가 있다"며 "휴가를 제대로 가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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